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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스타트업

‘R.I.P.’는 어떻게 돈이 되었나: 디지털 시대, 죽음조차 소비되는 방식

2026. 10. 12. 오후 07:00 · 1 閲覧数

타임라인을 채운 ‘R.I.P.’, 과연 진심일까?

어느 날 갑자기 타임라인에 특정 유명인의 부고 소식과 함께 ‘R.I.P.(Rest In Peace)’라는 문구가 도배되기 시작합니다. 혹은 잘 사용하던 앱이나 서비스가 업데이트를 단행할 때, 유저들은 댓글창에 ‘R.I.P. [서비스명]’이라며 조롱 섞인 작별을 고하기도 하죠. 평온한 안식을 기원하던 ‘R.I.P.’는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세상에서 가장 흔하고, 또 가장 변질된 표현이 되었습니다.

디지털 사회학자들은 이를 두고 ‘수행적 애도(Performative Mourning)’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슬픔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나는 애도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시하고, 알고리즘 최적화를 통해 자신의 콘텐츠 도달률을 높이려는 전략적 행동이라는 것이죠. 오늘은 무심코 누르는 ‘R.I.P.’ 밈 뒤에 숨겨진 차가운 비즈니스와 윤리적 쟁점을 짚어보려 합니다.

알고리즘이 사랑하는 ‘애도’의 역설

왜 플랫폼은 ‘R.I.P.’ 게시물을 좋아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참여 유도(Engagement)’에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애도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기에, 누구나 쉽게 반응(좋아요, 공유, 댓글)을 남깁니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이러한 높은 반응률을 ‘인기 있는 콘텐츠’로 간주하고, 더 많은 사람의 피드에 노출합니다. 결과적으로 ‘R.I.P.’는 고인을 위한 추모가 아닌, 알고리즘을 살찌우는 ‘도달률 펌핑 도구’로 전락하고 맙니다.

더 큰 문제는 ‘RIP 트롤(Troll)’이라 불리는 인터넷 하위문화입니다. 이들은 고인의 추모 페이지를 찾아가 모욕적인 이미지나 메시지를 남기며 관심을 끄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들 역시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논란’과 ‘분노’를 더 높게 평가한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셈이죠. 죽음마저 콘텐츠화(Gamification)되는 현상 속에서 고인의 존엄성과 사생활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AI 추모와 플랫폼 조롱: 두 가지 얼굴의 RIP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고인 추모 콘텐츠가 유가족의 동의 없이 제작되어 큰 윤리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놀라울지 몰라도, 이는 고인의 디지털 사후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기술 업계에선 이러한 AI 활용을 ‘새로운 추모 방식’이라 포장하지만, 실상은 고인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학습시켜 콘텐츠를 생성하는 ‘디지털 착취’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면, 특정 기술 플랫폼을 향한 ‘R.I.P.’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이는 애도가 아닌 ‘조롱’이자 ‘항의’입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사용자들이 제품에 ‘R.I.P.’를 붙이는 것은, 그동안 해당 서비스에 투입한 시간과 자본(Sunk Cost)에 대한 배신감에서 기인합니다. 즉, 내가 선택했던 서비스가 망해가는 과정을 보며 자신의 선택을 방어하고, 동시에 서비스의 몰락을 예견하며 쾌감을 느끼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는 것이죠.

맺음말: 애도를 멈추지 말되, 소비하지는 말 것

디지털 시대의 ‘R.I.P.’는 양날의 검입니다. 진심 어린 추모의 수단이 될 수도, 타인의 슬픔을 착취하거나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죠. 우리가 무심코 누르는 ‘좋아요’와 공유 버튼이, 누군가의 존엄성을 훼손하거나 알고리즘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SNS에서 ‘R.I.P.’를 공유하기 전, 잠시 멈춰보세요. 이 콘텐츠가 고인을 위한 진정한 추모인가요, 아니면 단순히 알고리즘을 타기 위한 수행적 게시물인가요? 당신의 클릭이 디지털 세상의 예절을 결정합니다.


궁금증 해결: 디지털 애도의 정책과 법률

Q. ‘R.I.P.’를 남발하거나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게시물에 대해 플랫폼은 어떤 제재를 가하나요?
A. 메타(Meta), X(구 트위터) 등 주요 플랫폼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통해 ‘괴롭힘’이나 ‘혐오 표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고인을 모욕하거나 추모 페이지에서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신고를 통해 게시물 삭제나 계정 정지 조치가 가능합니다. 다만,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추천되는 콘텐츠의 경우, 정책적 필터링보다 유저의 신고와 플랫폼의 사후 대응에 의존하고 있어 실시간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입니다.

Q. AI 추모 콘텐츠 제작을 제재할 수 있는 ‘디지털 사후 인격권’ 관련 법안이 있나요?
A. 현재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사후 인격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고인의 초상권과 목소리 등을 AI로 무단 복제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된 법안은 부족한 상태입니다. 현재는 주로 기존의 초상권, 명예훼손 관련 법리를 적용하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애도#알고리즘 최적화#RIP 밈#인터넷 문화#AI 추모